
안녕하세요.
하오디자인에서 ‘디자인의 방향’이
숨어 있는 말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감나연 디자이너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처음 논의 단계부터 기존과는 조금 달랐어요.

보통은 디자인 얘기 먼저 하고,
종이는 마지막쯤 정하는 흐름이거든요.
근데 그 말 듣고 나서 괜히 생각이 많아졌어요.

고객사는 친환경 기술 쪽 업종이었어요.
회사 창립 10주년이라
감사 메시지를 담은 포스터를 만들고 싶다고 하셨어요.

특히 회사 이미지가 따뜻하고
진정성 있는 편이라고 하셨어요.
괜히 저렴해 보이는 용지에 좋은 디자인을 올렸다가
분위기를 망칠까 그게 걱정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종이 선택이
디자인보다 먼저 논의된 케이스였어요.

그래서 얘기 끝나자마자 저도 머릿속에서
디자인보다 용지를 먼저 정리해 보기 시작했어요.
포스터 주문 제작을 하다 보면
이미지보다 더 신경 쓰게 되는 게 ‘어디에 출력되느냐’예요.
이런 식으로 용지 샘플을 하나씩 꺼내서
직접 만져보게 했는데요,
240g 랑데뷰지를 만진 순간 고객이 딱 멈췄어요.

디자인과 잘 어울리는 용지를 찾는 것,
그게 두 번째로 중요했던 이유였습니다.

이번 포스터주문제작의 핵심은
‘기술과 자연의 조화’였고
그 키워드 하나에 다 걸었어요.
전구 안에 나무가 심어져 있는
그런 이미지로 메시지를 비주얼화했죠.
스튜디오에서 전구랑 진짜 나무도 준비하고,
조명도 따뜻하게 깔고, 디테일하게 찍었어요.
그리고 중요한 건
이 이미지가 종이 위에서 어떻게 살아날지
계속 계산하면서 작업한 거예요.

포스터주문제작할 때 의미 있는 연출을 하려면
그 이미지가 용지 위에 올라갔을 때
어떻게 보일지를 늘 함께 생각하게 됩니다.
무광에 가까운 질감이라
조금만 어둡게 찍으면 색이 죽을 수 있었어요.
너무 밝게 찍으면 분위기가 날아갈 것 같아
촬영을 반복하며 계속 비교해봤어요.

인쇄본 나왔을 때
고객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포스터 받아든 직원들이
하나씩 가져가고 싶다고 해서 추가 인쇄를 하게 됐죠.

협력사에서도 “이거 어디서 했어요?”라는
질문을 계속 받았대요.
결국 고객이 걱정하던,
‘싸 보이면 어쩌나’ 했던 그 포인트는
용지 하나로 해결된 셈이었죠.

저는 그날 이후로 진짜 용지에 더 집착하게 됐어요.
포스터주문제작을 제대로 하려면
디자인만 잘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종이 하나 바뀌는 것만으로도
전달력과 인상이 완전히 바뀌거든요.
업체마다 제안하는 용지 스타일이나
추천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누구랑 작업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밖에 없어요.

포스터주문제작은
그저 예쁜 걸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목적에 따라 종이까지 달라지는 작업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요즘 같은 디자인이어도
업체마다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말을 이해하게 됐어요.